the lines that are erased while drawing

the lines are erased while drawing 그리면서 지워지는 선, 2021, single channel video, color, sound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33:13


Direction : Sunmin Park

Camera : Hyosook Chin

Edit : Dongkoo Jung, Sunmin Park

Sound: Jinseok Park

Machine Production : Sungjin Jang

Performance : Hyeon Wook Cha, Hyo Ri Cho, Dongkoo Jung, Sungjin Jang, Sunmin Park

Curator : Sooyoung Lee

Curatorial Assistance : Nayeon Kim

Commissioned by Gyeomggi Museum of Modern Art, 416 Foundation


< The Pearl Diver 진주잠수부 > 세월호 참사 7주기 추념전

경기도미술관 기획전





그리면서 지워지는 선

;슬픔의 형태와 질료에 대하여

내면에 깊게 차오른 감정은 외부로 나가려는 속성을 가졌다. 그럼에도 언어로 감정을 정제하고 묘사해 소통하기는 얼마나 어려운가. 감정이 가진 그 변화무쌍한 추상성과 연약함은 언어로 어렵게 걸러 놓을 수 있다 해도 많은 오독과 오해로 결국은 이해 불가능을 확인하는 일이며 소통되지 못한 감정은 더욱 고립되고 고독에 빠진다. 그 추상에 대한 어떤 구체적 언어의 시도도 결국은 미끄러질 수밖에 없다.

재난이 야기한 집단적 슬픔의 정도와 파장을 어떻게 형용하며 공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개인의 서로 다른 감정의 형태가 모여 겹치고 상충하며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 그 총체일 것이다.

재난의 경험이 준 상처로 부터 도망가려는 생존본능은 그 상실과 상처의 기억으로 다시 돌아오고 돌아온 곳은 그 사이 지워져 처음을 찾을 수 없다. 슬픔은 한 번에 정확히 멈추는 순간이 없기 때문에 지속되는 고통으로부터 도망가게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상기된 고통의 감각은 다시 상처로 돌아오게 한다. 기억은 고정되어있지 않고 처음으로부터 조금씩 이동하면서 희미해지고 삶과 결합하여 다른 기억이 되어간다. 깊은 슬픔은 그래서 같은 장소를 맴도는 나선을 그리면서 천천히 지워지는 형태라고 생각한다.

나선형의 슬픔은 어떤 질료로 흔적을 만드는 것일까?

슬픔의 감정에 몸은 눈물로 반응한다. 가까운 사람을 잃는 깊은 슬픔의 감정은 쉽게 멈추지 않는 눈물의 액체로 몸 밖으로 물질화된다.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흐를 때 입안으로 스며드는 그것은 짠 맛이다.

이 투명한 짠 물은 소금기의 바닷물을 연상시킨다.

바닷물이 얕은 땅을 만나 흐름에서 고립되면 뜨거운 태양의 온도와 바람 그리고 시간의 조건을 충족시킬 때, 물을 잃고 소금 결정체가 된다. 형태를 가지지 않던 액체의 바다가 육면체의 고체 결정으로 급격한 물질변화를 하는 것은 어쩌면 삶과 죽음의 전환에 비유할 만큼 엄청난 변화이다. 그러므로 슬픔은 소금의 입자로 나선형을 그리며 지워지는 과정을 반복한다. 눈앞에서 사라진다하더라도 그것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인가? 죽음은 완전한 소멸인가? 소금은 흩어져 세계를 이동하며 어딘가에서는 물이나 결정으로, 또는 다른 미립자와 만나 새로운 질료가 되어 사라지지 않고 새롭고 다채로운 모습으로 존재할 것이다.

죽음이 종료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만 어딘가로 이동하고 변화하며 지속되는 소금알갱이처럼 그리면서 지워지는 선으로 이 분향소 자리였던 주차장 위에서 기억과 망각을 형상화하다가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을 것이다.

박선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