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llel /// connecting> one & J gallery

Architecture of Mushroom 버섯의 건축, 2019, single channel video, color, sound, 15:18

BIG eats small 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먹는다, 2018, single channel video, color, 7:43

SSari 싸리, 2021, 피그먼트 프린트 디아섹, 120x98cm

more and more, less and less - ver.1 점점 더- ver.1, 2021, site specific installation, glass plate, paint

박선민, 이의록 [평행///연결]

2021.4.22 – 5.23


두 작가의 작품이 각각 다른 층에 간섭 없이 구성된다. 모든 면에서 차이를 보이는 두 작가는 너무 가깝거나 너무 멀어서, 또는 너무 낮거나 너무 높아서 일상에서의 시선에서 빗겨나 있다는 점 외에는 아무것도 공유하지 않는다. 바라보는 대상만 다른 것이 아니라 카메라의 움직임에서부터 이미지를 다루는 방식까지. 전혀 교차점을 가지지 않는 두 사람의 작품은 ‘이인전'이라는 명칭이 무색할 만큼 무심하게 양극(兩極)을 향해 멀어져가는 듯 보인다. 그리고 전시는 그것에 가담하듯 그 둘을 평행 시킬 뿐 거리를 좁혀내지 않는다.

이렇게 섞이지 않는, 평행하는 이미지들은 상대가 관객에게 온전하게 침투하는 것을 방해한다. 보는 이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김으로써가 아니라, 자신의 영역에서 튀어나와 다른 쪽에 찰싹 달라붙음으로써. 그것을 이미지의 힘이라 부를 수 있다면, 그 힘은 거리를 두어야지만 작동하는 힘이며 상대를 통해 드러나는 힘이다. 그 힘은 서로 멀어졌을 때에 오히려 바짝 붙어 상대를 해체하고 자신 역시도 분해하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용해하지 않고 그저 들러붙어 있게 한다.

이러한 힘의 양상은 이미지와 언어의 관계 안에서도 드러난다. 두 작가의 영상에 등장하는 언어는 이미지와 분리되어 있지만 그 분리를 통해 오히려 달라붙고, 그때에 비로소 작동한다. 예컨대, 이의록의 <Lagrange Point>(2019)에서의 언어는 들려지는 것과 보여지는 것으로 나뉘는데, 발화자의 이미지가 소리와 함께 등장할 때 - 가까이에 있을 때 - 낯설지 않았던 언어는, 흑백 무성(無聲)의 장면에서 텍스트로만 등장할 때 - 이미지와 언어가 멀어졌을 때 - 오히려 강하게 이미지에 다가가 그 거리를 디딤하여 서로의 침투를 방해한다. 그리고 그 텍스트는 전혀 다른 작업 - <Merry Go Round>(2020) 을 통해 오히려 더욱더 세게 반응한다. 저편에 있던 언어가 이편에서 작동하여 이미지를 해체하고 자신 역시도 분해되고야 만다. 한편 박선민의 <버섯의 건축>(2019)에서는 이미지를 지시하지 않는 언어가 등장한다. 그것들은 보여지는 이미지들과 결과 맥이 다른, 정보와 지식의 언어이지만 분리되었기에 교차할 수 있는 어느 지점에서 서로에게 달라붙어 은유한다. 그러나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지시하지 않는 언어는 그 틈 사이로 작가가 의도했거나 의도하지 않은 의미들을 끌어들이며, 관객이 하나의 이미지를 온전하게 소유하는 것을 방해하고, 새로운 구성을 요청한다. 이제 소유할 수 없는 이미지의 조각들을 재구성해야 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다.

어쩌면 전시는 당신이 두 층의 전시장 사이를 오가는 계단 위에서 벌어질 사건으로 구성되는 것일 수 있다. 전시는 당신이 차이를 사유하는 가운데, 당신이 온전하게 소유할 수 없는 이것이 도대체 무엇인지에 관한 물음으로 두 평행하는 공간을 부유하고 가로지르기를 요청한다. 더 이상 분류되지 않고 어느 한 쪽으로 포섭되지도 않는, 그 둘이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또는 그 둘 다 아닌 것으로도 여길 수 없는, 기이하게 남겨진 잔여물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것을 ‘당신'에게 요청하는 데에는 당신이, 또는 당신의 경험이 세계의 일부로서 그것을 구성하고 있음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시간, 공간, 운동을 세계라고 본다면, 이의록은 세계의 구조와 조건들을 인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박선민은 대상과 신체의 맞닿음으로 직접 세계를 경험하기 위해 작품을 만든다. 하지만 이 결과로서의 작품들은 작가들의 지난 경험을 기록한 이미지 다발일 뿐이며, 당신의 경험을 통해서만 다시 세계로 구축된다. 기다림과 좇음, 영원과 순간, 극소와 극대의 사이를 오가는 당신의 계단 위에서 문득 두 이미지가 중첩되었다가 흩어질 때, 정적인 이미지의 숨 가쁜 떨림과 쉴새 없이 운동하는 이미지의 고요한 영원성이 펼쳐질 때, 그 이미지들은 통합되지 않고 오히려 파편화되어 재배치를 통한 시(詩)가 되기를 기다린다.

전시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번에 전시된 두 작가의 작품의 기저에는 7년 전, 4월의 기억이 함께한다. 마주하기 힘든 현실을 우회하여 바라보도록 하는 것은 예술이 해야 할 일일 수도, 피해야하는 일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전시는 그에 대한 답을 보류하고, 다만 평화롭게 보이는 일상이나 뜻하지 않게 발견된 아름다움에 당신을 빠뜨리지 않는, ‘시쓰기’에 대한 요청이 되고자 한다.

기획글 안민혜